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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제

    민엘 작가님

     

    죽었어?

     

    째깍.

     

    생명의 초침이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명이 깎여나가는 소리와 함께 초침이 멈췄다. 각별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눈을 지긋이 감은 채로 그 누구보다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를 보며 각별과 라더는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 아닐텐데. 너라면 이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닐텐데. 잘못 보고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최면에 빠뜨린 두 사람은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는 주위의 온기에 몸을 떨었다.

     

    신호가 잡힌 곳이었다. 분명히 5분 전까지만 해도 신호가 뚜렷이 잡혀왔던 곳이었다. 혹시 몰라 생체 내에 심어둔 바이오 칩을 계속 보며 잠뜰의 생명이 깎여나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을 했었다. 그 5분동안, 5분동안 잠깐 확인을 안했다고 이럴리가 없잖아.

     

    난 괜찮으니깐 천천히 와. 여기 사람들 적으니깐.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괜찮다. 사람은 적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즉시 뛰쳐나갔어야 했다. 총기를 드는 그 차가운 금속의 소리에 바로 반응을 했어야 했다.

     

    어쩌지? 아직 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많은데.

     

    죽은 건 아니잖아... 안 죽었잖아...

     

    그러나 각별은 곧 현실을 직면했다.

     

    자신이 밟고 있는 그 검붉은 형태의 덩어리가, 바로 그 찐득거리며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굳은 액체의 덩어리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을 한 각별은 곧 손에 쥐고 있던 한 줌의 희망을 떨궜다. 그렇게 현실을 직면해 멍하니 아무 말도 못한 채 서 있는 각별을 바라본 라더의 얼굴에 절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함께해온 시간이 긴 만큼, 서로의 행동이나 표정만 보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라더는 이 상황을 파악하고 말았다. 붉은 눈동자가 어두움 속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각별 형...?"

     

    "...보고해야 해."

     

    "아니잖아... 아니잖아."

     

    "...."

     

    "형!"

     

    위태로운 불꽃처럼, 감정의 늪에 불꽃처럼 휩싸인 라더는 곧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을까, 몰랐을까. 라더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가장 친했던 그런 파트너가 죽었다는 사실에 인정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불꽃이 캠프파이어에 옮겨붙어 불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한 라더의 울부짖음. 각별은 옆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잠뜰의 몸을 흔들며 깨우려고 하는 라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라더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나가 죽을리가 없잖아... 누나가 이렇게 쉽게 죽을리가 없잖아....

     

    늦었다는 것에 후회하고, 죽었다는 것에 슬퍼했으며,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하였다. 찰칵, 차가운 총구의 소리만 그 고요하고 적막한 공간을 채웠다.

     

    각별은 아무 말도 않은 채로 조용히 잠든 잠뜰에게 다가갔다.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 굳게닫힌 눈꺼풀은 열릴 틈이 보이질 않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는 굳은 피가 엉겨붙어있었다. 역겨운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지만, 각별은 아무 상관하지 않은 채 잠뜰의 손목에서 무언가를 빼내었다. 잠뜰의 손에 묶여져 있던 실팔찌를 풀어내는 각별의 손 끝이 떨려왔다.

     

    탁. 타닥.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이 들려왔다. 각별은 팔찌를 풀다 멈추고 라더는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다가 멈칫하여 경계태세를 바로 갖추었지만, 곧 자신들의 동료의 발걸음이라는 사실에 반쯤은 안도를 한 상태로, 반쯤은 좌절을 상태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각별 형! 라더!"

     

    "잠뜰 누나 찾았어?"

     

    그러다 그들도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그 생명의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다가 결국에는 멈춰버린 것을 느낀 것인지, 멈칫 하고는 발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동자에 공포와 부정이 서려있었다.

     

    "뭐야...?"

     

    "..."

     

    "설마... 죽었어...?"

     

    "..."

     

    각별과 라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늦은 게 맞았고, 부정하고 싶지만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었고,

     

    잠뜰은 죽은 게 맞았으니깐.

     

    내가 잘못한 것이다.

     

    리더로써, 이 팀원들을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생각에 각별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미 싸늘히 식어 전의 그 온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잠뜰의 몸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 수현과 덕개,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만을 혼이 빠진 듯 절레절레 젓고 있는 공룡을 바라보며 각별은 심장이 미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의 한 구석에서부터 시작된 균열은 온 몸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가 치듯, 엄청난 감정의 기복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했다.

     

    각별은 아무 말 없이 인이어를 차고는 버튼을 눌러 본부로 메세지를 보내려 녹음 버튼을 눌렀다. 말을 하려고 했으나, 목이 메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참을 만 했는데, 목이 메어 아무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헛기침을 몇번이나 해봐도 그대로였다. 각별은 보고하는 것을 포기하려 인이어에 가져다 댄 손을 떨궜다. 그러다, 잠뜰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김각별, 보고하는 걸 목숨처럼 여기라고~ 우리처럼 이렇게 위험한 일들만 맡아서 하는 특급 특수요원들은, 보고가 생명이나 다름없어. 귀찮다고 보고 안하는 순간 우리 목숨도 날아가는 거야 알겠냐?

     

    각별의 보고를 대신 맡아서 해주던 잠뜰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 했다.

     

    각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러나 피식 웃음과 동시에 뜨거운 액체가 각별의 황홀한 금빛 눈동자에서 뺨을 타고 한 줄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각별은 신경쓰지 않은 채로 보고를 계속 이러나가기 위해 다시 손을 올려 녹음 버튼을 키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요원 번호 HS04. 보고 올립니다."

     

    공허함이 멀리까지 전달된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그 공허함이 각별의 목을 타고 어디론가 퍼져나간다. 목이 다시 메인 각별은 달빛이 부셔지는 잠뜰의 갈색빛 머리카락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

     

    "...임무 수행 요원 HS04, SS12, SS01, ES09, HS12, DS12. 임무... 완료하였습니다. 임무 실행 후 복귀 요원, SS12제외 5명. 사상자 1명 발생. 본부로 복귀 요청합니다."

     

    각별은 손에 쥔 붉은색의 실을 보았다. 끊어진 그 붉은색의 실을 보며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팔찌가 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이제는 그만 고이 보내달라는 듯, 살랑살랑 나부끼는 그 모습에 각별은 그 실을 꽉 움켜쥐고 말았다.

     

    인이어를 타고 목소리가 들려온다.

     

    "S급요원 팀, SS12 제외 모두 복귀하라."

     

    "...예."

     

    아무런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들려오는 본부의 목소리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들에게 우리는 그저 체스판의 말일 뿐이다. 아무런 권한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저들의 희망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체스판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말일 뿐이다.

     

    그런 특수요원들 사이에서, 잠뜰은 퀸같은 존재였다. 저들의 허락만 있다면 어디 어느 장소로든지 마음대로, 자유분방하게 갈 수 있는, 그런 퀸이었다.

     

    퀸이 죽었다.

     

    "..."

     

    각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들과 잠뜰의 인연이 이렇게 끊기고 말았다.

     

    ***

     

    오늘 하루동안의 상처들과 싸우는 동안 온 몸에 엉겨붙은 핏덩이들을 씻겨내기 위해 각별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씻을 준비를 하기 위해 요원복을 벗기 시작할 때였다. 주머니 속에서 아까 잠뜰의 손목에서 풀어낸 붉은색의 실이 보였다. 부적처럼, 잠뜰이 늘 손목에 묶고 다니던 그런 팔찌였다. 각별 역시나 이전에 잠뜰이 나눠준 그 붉은 실을 발목에 묶어두고 있었다.

     

    피에 물들어 이제는 붉은색이 아니라 검붉은색이 되어버린 그 실을 각별은 흐르는 물에 씻었다. 물에 씻기자 그제서야 제 빛을 발하며 붉은색이 조명에 비춰져 빛났다.

     

    세면대의 한 쪽에 실을 뉘우며, 각별은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루동안의 노고를 씻겨내는 것, 상처를 씻겨내고 피로 물들은 부분도 씻겨내주는 샤워였지만 각별이 가장 씻어내고 싶었던 기억은 정작 티끌만큼도 지워지지 않았다.

     

    물에 젖어 길게 허리까지 추욱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각별의 얼굴. 각별은 다 씻은 다음 조용히 수건을 꺼내어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수건이 축축히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흐르던 물기는 샤워기에서 나온 물이었을까, 아니면 또다른 액체의 근원지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정답은 아마 각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각별의 눈동자를 바라본 사람이 있었더라면, 정답에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붉게 물들여져 있는 눈시울. 옷을 다 갈아입은 뒤에도 금빛 눈동자는 그저 멍하니 세면대 옆에 있는 붉은색의 실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번의 샤워는 각별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잡다한 생각들을 지워버리기에 역부족이었다.

     

    갑자기 속에서 찰랑거리며 울컥 찾아오는 이상한 기분에 각별은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쨍그랑하며 아까부터 균열이 일어나던 심장이 결국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어찌어찌 각별의 감정을 담아두던 둑이 터진 것처럼, 각별의 감정이 온 몸을 타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울었다.

     

    각별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지금껏 억제해놓았던 감정들을 폭포가 쏟아지듯이 방출해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각별은 소리 없이 눈물만을 계속 흘렸다.

     

    소리가 없어 더 고통스러웠다.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면서 각별은 터져나오려는 소리를 삼키려 고군분투했다. 자신의 옆자리가 비어있음에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마음껏 울 수가 없다는 사실에 더더욱 힘들었다. 아직 다 말리지도 못한 긴 머리카락에서 눈물과 함께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의 큰 손이 각별의 얼굴을 덮었다. 소리없이 우는 각별의 뒤로 창백한 달빛이 각별의 칠흑같은 밤하늘의 검은 머리카락을 비췄다. 각별의 마음을 대변해주듯, 창백하디 창백한 그 달빛이 창문을 향해 들어왔다.

     

    "후우..."

     

    한숨을 쉬어보며 울음을 가라앉혀보려 했지만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감정에 각별은 다시끔 얼굴은 손 속에 파묻으며 침대 시트지를 꽈악 쥐었다.

     

    죽었어.

     

    잠뜰이, 죽었어.

     

    영원히, 잠뜰이 죽었어.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잠뜰이었다. 어떤 임무든 착실히 해내고 어려운 임무도 혼자 맡아서 실패한 적이 없었던 그런 S급 요원들 중에서도 가장 최상위에 올라서던 잠뜰이었다. 그런 잠뜰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던 잠뜰이었기에, 각별은 젖어드는 눈시울을 말릴 틈이 없었다.

     

    우리는 어쩌피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으니 서로를 잃는다는 가정 하에 늘 임무를 해야 해.

     

    만약 이렇게 늘 말하던 네가 나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각별은 고통스러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잠뜰은 절망에 빠진다고 하여도 털어내고 일어설 사람이었다. 그리고 곧 알아차렸다. 자신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고. 물론 당연스럽게도 자신의 직업은 목숨을 바치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아두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 전혀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창밖으로 날아가는 종류 모를 새 한마리가 처량한 각별의 신세를 비웃듯이 날아갔다.

     

    마지막 가는 길은 그래도 고이 보내줄 걸. 데리고 올 걸. 내버려두지 말 걸. 조금만 더 일찍 갈 걸. 이러한 후회들이 각별의 머릿속에서 맴돌며 각별의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면, 한 번 더 너를 살리러 갈 수만 있다면.

     

    그때는...

     

    툭.

     

    각별은 반 정도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듯이 침대에 몸을 뉘였다. 고요한 적막을 채우는 건 귀를 울리는 이명소리일 뿐이었다. 아스라이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붉은 실들이 쏟아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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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meo That Please- 밀어의 미학

    젤리빈 작가님

     

    "죽었어?" - 치지직 탁

     

    "아마" - 치지직 탁

     

    "라져 댓" - 치지직 탁

     

    무미건조한 무전이 오갔다. 애매모호한 각별의 답장에도 정공룡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각별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대답을 했다는 것은 임무의 성공을 뜻했다. 희뿌연 안개 너머로 검은 실루엣이 다가왔다. 공룡의 무전 이어폰이 지지직 하고 잡음을 냈다. 김각별이 왔구나. 공룡은 이미 단물이 다 빠진지가 오래인 자일리톨을 질겅질겅 씹었다. 어금니가아려왔지만 '깡패는 뭐라도 씹어줘야 간지다' 라는 그의 신조를 버릴 순 없었다.

     

    "얼마 들었냐?"

    입안에 찬 피를 바닥에 퉤퉤 벹어낸 각별은 다짜고짜 액수를 물어보았다. 어? 그건 나도 아직. 아 너는 한게 뭐냐 진짜. 각별의 한탄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공룡은 얼떠름하게 웃어주고선 빠른 손놀림으로 서류 가방을 열었다. 허리를 숙인 공룡의 시야에 가로등 불빛에 빛나는 각별의 구두코가 이리저리 오갔다. 

     

    빠른 셈으로 가방 가득 채워진 오만원권 다발을 헤아린 그는 김각별이 목 빠지게 기다린 답을 내놓았다. 

     

    "1억이네" 김각별의 눈썹이 휘익 올라갔다.

    "오 웬일이래 꽤 되네?"

    "그러게나말이야... 우리 이번에도 반띵? 콜?"

     

    그들의 사장은 워낙에 짠돌이라 그들에게 오천만원 이상 준 적이 없었기에 이런 각별의 반응은 합당했다. 공룡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서류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소중한 우리의 머니 베이비. 형이랑 가자꾸나. 아주 이쁘게 써줄게. 너도명품 좋아하니? 어 그래 그래 형도. 서류가방을 아랫배에 당겨 안고선 공룡은 


    "당연하지. 근데 어차피 같이 쓸거잖아"

    "그건- 그렇네. 어... 그래"

     

    친구도 연고자도 없긴 둘이 피차 마찬가지였기에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가족인 양 둘은 잠시 눈을 맞추었다. 물론 애정따윈 없었다. 사람이나 썰고 다니는 것들이 애정은 개뿔이. 공룡은 잠시 울적해진 마음을 한숨에 담아 내쉬었다. 

     

    "너는 야, 얼굴도 반반한게 왜 이런거나 하냐? 페이?"

    "아마?"

    "아니 넌 아마 중독이야? 다른 말 못해? 아까부터 무전으로 죽었냐니깐 아마. 왜 이짓하냐니깐 또 아마. 아주 알수없는 김각별이네 정말"

    "넌 그 입을 좀 덜 나불댈 필요가 있어"

     

    뭐?? 겨우 입 열어서 아마 말고 하는 말이 닥치라고? 어 그래 오냐, 어디 너 원하는대로 되나 보자. 독한 남자 정공룡 뒤끝의 남자 정공룡을 보여주마 아주. 공룡은 입을 털어댈 준비운동으로 껌을 퉤 벹고선 혀를 굴렸다. 어금니가 여전히 쑤셨다. 웬일로 닥치라니까 닥치네? 하는 표정으로 김각별은 정공룡에게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다. 둘은 으슥한 골목을 겨우빠져나와 

     

    띠로링!

     

    정공룡이 이를 부득 갈고 말을 쏘아대려던 참에, 아주 기막힌 타이밍으로 김각별의 회사폰이 정적을 깨고 다음 일정 알림을 알렸다. 김각별은 부스럭 폰을 꺼내어 차근히 문자를 읽었다. 그의 눈에 어두운 거리에서 혼자 유난스럽게 밝은 폰 불빛이 비쳐 빛났다.

     

    "우리 하와이 간대"

    "어...엉? 하와이를 왜 보내 우릴. 바베큐라도 즐기고 오라고? 휴가래?"

    아닐 것을 예상한 말투였다. 그 사장새끼가 휴가를 줄 리가 만무했다. 일이랑 돈에 미친 새끼 그거 아주... 공룡은 사표를품은 회사원마냥 언젠가 퇴사하리라 다짐했다.

     

    "거기에 무슨 폭탄을 가득 실은 배가 있다는데 우리 그거 터트려야한단다... 이게 무슨"

    "아 드디어 죽으라는 건가~ 싸장님 너무하셔라"

     

    정공룡이 싸장님을 하늘높이 외치자 거리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김각별은 유난을 떠는 공룡을 한심스럽게 보다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내가 하는거지? 내가 들어가서 불 붙이고 나오면 넌 꽁으로 돈 먹잖아."

    "어 그러던가 그럼..."

     

    혼자 다 한다는 점이 쬐끔? 아주 쪼오끔 공룡의 양심을 찌르는게 느껴졌다. 아이고 정공룡의 양심아. 너는 언제부터 일을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그러니. 그냥 짜져 있으렴. 공룡은 꽁돈을 번다는 생각에 신나는 스텝으로 거리를 걸었다. 각별은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몇 없는 가로등 불빛이 불안하게 흔들거렸다.

     

     

     

     

    ***

     

     

     

     

    공항의 새벽은 고요했다. 천하의 정공룡이 입다물고 있을 정도라면 말 다했지. 그냥 새벽 비행기의 소리나 들으며 그들은여유롭게 5시 비행기를 기다렸다. 또다시 후우우웅 하고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공룡은 고개를 돌려 창문 너무저 멀리 멀어져가는 비행기 날개의 빛을 눈으로 좇았다.

     

    어둠을 오래 보고 있자니 눈이 아려와 그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각별은 피곤했던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각별의 눈썹이 공항의 형광등에 반들거렸다. 공룡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그가 잘생겼음을 깨달았다. 진짜 얜 도대체 이일 왜 하냐. 내가 좋은 파트너도 아니고 일의 고됨에 비해 페이가 좋지도 않고 국가의 감시망에 걸리면 무기징역감인 일들만 골라서 잡는 우리인데. 이 얼굴이면 아이돌이든 배우든 쉽게 성공하겠다. 공룡은 괜시리 허전한 얼굴을 마른 손으로 쓸었다.

     

    사실 그가 각별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한달 전 갑자기 회사 돈을 들고 날랐던 파트너가 사장 손에 담궈지는 바람에 떠안게 된 신입. 되게 FM이고...그치 뭐랄까 정석대로 사장이 시킨대로 하면서 사장 욕은 나한테 뒤지지도 않고 잘만 하는 이상한 놈. 성격도 지랄맞지 사회성은 태어날때부터 없었다는 듯 굴지... 근데 잘생겼네. 진짜 웃기는 새끼다. 정공룡은 주머니에서 손을 굴리다 잡힌 자일리톨 몇 알이 아까워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질겅질겅 오래가지못할 단맛이 입을 가득 채웠다. 어금니와 턱관절의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정공룡은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그냥 김각별이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다, 뭐 그런 시답잖은 생각. 내가 원래 이렇게 정을 잘 주는 타입이던가? 하던 공룡은 부스스 잠에서 일어난 각별 덕에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었다. 자일리톨의 단맛은 공룡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씁쓸해져 있었다. 그는 영수증에 대충 껌을 말아넣고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각별은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어느새 4시 45분이였다.

     

     

     

     

    ***

     

     

     

    공룡은 하와이가 좋았다. 일단 한국보단 따뜻하잖아. 그리고 정장 안입어도 된다. 정공룡은 정장을 싫어했다. 간지가 안났다면 진작에 그는 퇴사했을 것이였다. 사장새끼는 정장핏도 별로인게 왜 정장을 자꾸 입히냐. 나한테 잘어울리니까? 어그래그래 자아도취 많이 해라. 각별은 덤덤하게 본인의 정장을 뽐냈다. 재수없어. 공룡은 입술을 댓발 내밀고 각별을 째렸다. 

     

    "다 와가냐?"

    "어. 여기 부두에 있는 화물선"

    "몇번 화물칸인데?"
    "공일번"

    "10?"

     

    공룡은 손가락으로 직선과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각별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은 거대한 배의 앞에다가갔다. 배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었다. 

     

    "배 한번 크다 야."

    "그러게"

    "너 먼저 들어가면 내가 뒤에 들어가는 잡몹들 잡고 들어갈게"

    "어 그러던가"

    "번호 잘 확인해라"

    "엉 그래"

     

    각별의 뒷모습이 멀어져갔다. 공룡은 그와 거리를 두고 따라들어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각별의 존재를 눈치챈 경비원들이 그의 뒤를 밟는 것이 보였다. 공룡은 여유롭게 그들의 다리와 손을 한번씩 쏴주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는 생각에서 나온 노하우 아닌 노하우였다. 각별은 덕분에 안전하게 화물칸에 들어간 모양이였다. 공룡은 더 따라들어가는 경비원이 보이지 않자 근무태만인 그들을 조용히 비웃으며 휘휘 휘파람을 불었다. 배를 내려가 그는 멀리에 보이는 낚시의자 하나를 당겨 앉았다. 이제 각별이 불을 당기고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하와이의 하늘은 아주 파랗고 맑았다. 공룡은 하늘 높이 고개를 들어 시야를 파란색으로 채웠다. 아 내가 같이 들어가줄걸.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다 머리를휘저었다.

     

     

     

     

     

     

    ***

     

     

     

     

     

     

    허여멀건 먼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랗던 하늘은 어느새 새까맣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 그냥 같이 들어가줄걸. 그냥 같이 들어가줄걸. 공룡은 멍하니 그렇게 되뇌이다 이젠 먹통인 무전에 대고 물어보았다. 

     

    "죽었어?"

     

    무전기는 잡음만을 벹어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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